나폴레옹 전쟁시기 한 '여성장교'이야기. 역사잡상


네이버에서 연재되고 있는 '플린트락 머스킷'에 대해서는 여러분들께서도 잘 알고 계실 것이며 저 역시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 지인들이 "나폴레옹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 같은데, 여성장교의 존재는 좀 엄한거 아니냐."는 제기도 종종하더군요. ㅎㅎ 

이에 저 자신은 '실제 나폴레옹 시대의 여성장교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빌어 그에 관한 다른 이야기들도 감히 풀어놓아보고자 합니다. 때문에 혹여 여성사를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 그리고 길고 지루한 글을 싫어하시는 분들(....)께서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1. 전근대 군대, 근대로의 이행을 앞두고.

알렉산더 대왕에서부터 발렌슈타인의 군대에 이르기까지, 전근대 유럽의 군대는 복합다난한 조직이었습니다. 군대 행렬은 물론 편제의 구성이 비단 '전투원 남자'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으며, 전투원-비전투원의 삶이 크게 구분된 것도 아니었었죠. 때문에  군대가 움직인다는 것은 군대에 생계를 의존하는 혹은 이익을 노리는 인력이 뒤섞여 복잡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우르스 그라프, 「란츠크네히트 용병과 소녀」 
종군여성으로 추정되는 소녀의 허리춤에 달린 화약주머니와 단검을 주목할 만합니다.

 

그런데 30년 전쟁을 전후하여 유럽의 군대에는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마우리츠 대공에 의해 시작된 '근대적 군사개혁'의 조류는 강력한 훈련(drill)과 병영생활을 요구했으며, 이는 점차 전투원과 비전투원의 삶을 분리하는 시초를 마련하였던 것이죠. 이는 18세기 절대왕정의 강화와 상비군 체제의 설립과 함께 '군인'을 일반 세계에서 격리시켜나가는 추세 속에서 강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근대화'가 모든 나라에서 균일하게 시행되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동일한 군복을 적용시키려는 노력조차도 비교적 더디게 이루어졌으며,1) 하물며 병영에서의 비전투원의 축출(?)과 병영생활과 일반생활의 구분은 더욱 더뎠던 것이죠.

실제로 19세기 초까지 영국의 병사들은 가족들과 병영에서 잡거하는 경우가 상당했고, 프랑스의 경우 오히려 병영의 군인들이 도시문화와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었던 탓에 이들이 대혁명의 이상에 공감하여 합류하는 일이 벌어졌으며,2) 심지어는 프랑스군 내에 여성 군속의 존재를 비방디에르, 칸티니에르라는 이름으로 19세기 후반까지 존속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나폴레옹 전쟁을 전후한 시기는, 근대적 군대로의 이행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전근대 군대의 특성 역시 완벽하게 극복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군내 여성의 존재나 병영과 일상의 분리라는 점에서는 더욱 더 말이죠. 바로 이러한 전근대적 군대의 특성이 극복되지 못한, 이러한 '간극'에서 우리의 이야기에서 다룰 주인공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2. 주인공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결단 

1782년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지방에서는 두 남녀가 야반도주를 했습니다. 마을에서 소문난 미녀였던 알렉산드로비체바가 사랑하는 하급귀족 기병장교인 두로프와 함께 아버지의 반대를 피해 도망쳤던 것이었죠.
하지만 가정을 이룬 후 알렉산드로비체바 역시 자신의 결혼이 '축복받은 결혼'이 되기를 바랬고, 그녀는 아들을 낳아 아버지에게 외손자를 안겨주어 용서를 받음으로써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머지않아 임신을 했고 1783년에는 곧 자식을 출산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 달리 태어난 자식은 딸이었고, 그녀가 바로 이번 이야기에서 다룰 주인공인 나데즈나 안드레예브나 두로바(Надежда Андреевна Дурова)였습니다. 
정작 그녀의 아버지는 딸을 낳았지만 외손주를 봤다는 기쁨에 그녀를 용서해주었음에도, 두로바에 대한 알렉산드로비체바의 실망감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딸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졌죠. 

두로바가 생후 4개월밖에 되지 않던 날, 어머니는 계속 크게 울어데는 딸에게 짜증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계속 울어제끼는 딸을 번쩍 들어 창문 밖으로 내던졌습니다(!) 




 
어린 아가가 창문 밖에 던져졌으니 살아남을 리는 없고, 이렇게 이야기는 끝납니.......는 아니고. (...)

근처에 있던 남편의 연대 소속 부하였던 아스타호프라는 병사가 창문에서 떨어지는 아기를 받아내어 아기는 기적적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그대로 두었다간 사단이 나리라고 생각하여 부하에게 그대로 연대에서 아이를 기르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사랑과 거리가 먼 그녀였고, 자연스럽게 승마술은 물론 군대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갔습니다. 특히 그녀의 아버지가 통솔했던 연대인 코삭 경기병대는 러시아에서도 자유분방한 군대였으니 그 분위기를 듬뿍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죠. 
더욱이 그녀의 아버지는 그런 그녀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그녀를 아들처럼 대하고 원하는 말과 무기를 사주면서 딸의 취향을 취존중(?)해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던 그녀는 1789년에 7살이 되자 어머니의 손에서 다시 양육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교육에는 여전히 사랑이 없었고, 단지 딸의 시집을 대비한 '소양'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었습니다. 한편 재미있게도 그녀의 회고에 따르자면, 어머니는 그렇게 딸을 가르치면서도 "여성이란 영원한 노예상태가 운명일 수밖에 없다."는 자조섞인 푸념과 폭력적 섹스에 대한 혐오를 그녀의 딸에게 토로하곤 했었죠.

이처럼 사랑없는 교육 속에서 여성에게 강요되는 '정숙함', 그리고 어머니의 이러한 자탄을 들으며 그녀는 자연스럽게 자유로웠던 군대 생활과, 러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인지에 대해 깨달아 갔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그녀의 부모가 그녀가 아들이기를 은연중에 바라던 심리를 잘 알고 있었고, '남자 못지 않은 남자'가 되기로 결심했던 것 같습니다.

처녀시절의 초상화로 추정되는 그림


1801년, 그녀는 마침내 집안에서 정해준대로 아버지가 시장으로 있던 지역의 체르노프라는 하급관료와 결혼했고, 심지어는 1803년에 이반이라는 아들까지 낳았습니다. 하지만 남편과의 생활은 불화의 연속이었고 결국 그녀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1806년, 그녀의 거주지였던 사라풀에 주둔하던 돈 코사크 연대가 다른지역으로 이동하게 되자, 그녀는 머리카락을 자르고 미리 구해둔 돈 코사크 연대의 복장을 입고는 아는 사람을 통해 섞여들어감으로서 가정을 탈출했습니다.  



3. 군대로의 입대. 그리고 참전과 영광의 시간 

"하늘로부터 온 고귀한 선물인 자유는 마침내 영원히 내 운명이 되었다. 나는 자유를 호흡하고 즐기고, 마음과 가슴으로 자유를 느낀다. 내 존재에 자유가 스며들어 있으며 자유는 나를 활기차게 한다! (중략) 나는 이제 "계집애야. 앉아있거라. 여자애가 혼자 쏘다니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란다."라는 말 따위를 내 평생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상상하면서 기뻐 날뛰었다."

이처럼 자유를 찾기 위해  군대를 선택한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의 성장환경이라는 특수성에서 기인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그녀의 사례가 그 시대의 '유일무이한 사례'만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자유를 찾고자 하는 여성들은 정체를 숨기고 남장을 한 채 군대로 잡입(?)하는 것은 서유럽 국가들에서도 존재하는 일이었습니다.3)

각설하고, 그녀가 따라나선 코사크 기병대는 비정규군으로서 수입도 불안정했고, 그녀 역시 정규군에서 인정받는 군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격변하는 국제정세는 그런 그녀에게 기회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원래 당시 러시아 정규군은 첩자와 불순분자의 난입을 막기 위해, 보병의 경우 해당 지역의 지주-귀족으로부터 보증받는 농민-농노들을 징집하였고, 기병 역시 귀족 혈통 증명서를 바탕으로 징집하는 체제로 이루어졌었습니다. 하지만 아우스터리츠 전투 이후로 거듭되는 패배와 인력손실로 인해 러시아군은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었고, 이렇게 큰 피해를 입은 부대 중에는 러시아군에서도 몇 안되는 모병부대인 폴란드 기병연대가 있었습니다.
 
목구멍에서 손이 튀어나올 형편이던 이들 폴란드 기병연대는 두로바의 간단한 거짓 이력을 증명서 없이 인정하고 정식 군인으로의 입대를 허용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1807년에 구트슈타트 전투에 처음으로 참전하게 되었죠. 

군대에 입대한 이후의 초상화.


첫 참전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데뷔전은 나쁘진 않았습니다. 회고록에서 밝히듯이 무언가를 죽인다는 것도 두려워하는 그녀였지만, 전투 중에 낙마한 아군의 장교를 프랑스 기병들이 죽이려는 것을 보고, 이에 단기로 용감히 돌진하여(!) 프랑스 기병들을 쫓아버리고 동료를 구했다는 영광을 얻은 것이었습니다. 

전투전우집단의 특성 상 이러한 수훈은 그녀가 의심없이 동료로서 인정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그의 동료들은 그녀를 이제 동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어떤 의심과 불신을 드러내지 않고 전장을 함께하게 되었죠. 그녀는 하일스베르크와 아일라우의 끔찍한 전투에서도 살아남았으며, 틸지트 조약으로 러-프관계가 소강상태로 들어서는 것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으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소상히 밝힌 편지가 그녀의 발목을 잡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즉각 자신의 딸이 여자임을 밝히고 군 복무를 그만두게 하기를 차르인 알렉산드르 1세에게 청원했고, 차르는 그녀를 결국 수도로 소환하여 접견하겠다고 밝힌 것이었죠. 
1807년, 수도로 소환된 그녀에게 차르는 그간의 공을 치하하면서 집으로 돌아가기를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대담하게도 황제의 명령을 간곡히 거절하는 행동을 택합니다. 


(나는) "저는 폐하를 위해 제 생명을 희생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차르의 무릎을 안고 울었다. 이에 차르는 감동하여 말하기를 "그럼 자네는 무엇을 원하는가?"라고 물으셨다. 나는 "무사가 되는 것입니다! 군복을 입고 무기를 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폐하께서 제게 주실 수 있는 유일한 상입니다! 다른 것은 제게 필요 없습니다! (하략)"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간곡한 부탁에 차르는 그녀에게 군복무를 할 수 있도록 허락했을 뿐만 아니라, 장교로 진급시키면서 "알렉산드로프"라는 이름을 따로 하사했습니다. 그리고 아군을 구한 행동을 칭찬하며 성 게오르기우스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죠. 이처럼 차르의 허락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인정까지 받았으니 '자유'와 '영광'이라는 모든 것이 주어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동료들에게 돌아가 평범한 한명의 군인으로서의 위치를 지켰습니다. 틸지트 조약이 파기되고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하게 되자 그녀 역시 전투에 다시 참전하게 되었고 미르, 다쉬코바, 스몰렌스크 전투에 참전했을 뿐만 아니라 쉐바르디노 전투에서는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부상이 채 아물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계속 참전하여, 당시의 '유럽 최대의 살육전'으로 불리는 보로디노 전투에 참여했고, 역시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의 군대생활은 1815년에 종막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공식 사유는 병가 제대이었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의 연로함을 이유로 딸에게 돌아오도록 부탁했던 것이었죠.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가 "활동으로 끓어오른 생활"이라고 표현했던 군대생활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4. 망각과 갈등의 시간 - 성 정체성의 문제와 함께  

아버지의 거주지인 사라풀로 돌아온 그녀는, 그곳의 시장인 남동생의 집에서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여성임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차르와의 접견 이래로 그녀가 여성이라는 소문은 어느 정도 널리 퍼져있었고, 사람들은 여성의 몸임에도 군대에서 종군해 차르에게 인정받은 그녀를 신기해했던 것이었죠. 
처음에는 고향 뿐만 아니라 수도의 사람들도 그녀를 보고 싶어하면서 사교계의 명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사교계의 명사가 되었다 해도 자신이 해오던 바를 그만둘 생각은 없었습니다. 즉 그들이 그녀에게 '여성'으로 바랬던 것을 거절했던 것이었습니다. 

즉 비록 치마는 입었지만 검정색의 화려하지 않은 그리고 남자용 상의를 차려입고, 긴 담뱃대를 피며 다리를 꼬고 앉으며, (...) 오히려 남성보다도 남성같이 구는 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것이죠. 
과거 장교시절에 이러한 행동은 그녀가 정말 남자인 줄로 안 어느 여성의 구애공세를 받기도 했습니다만(....) 정숙함, 그리고 여자다움을 요구하던 수도의 사교계에서는 부정적으로 비춰질 뿐이었고, 그녀가 괴짜로 간주되면서 무시당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사교계에서 무시된 그녀는 사라풀에서 아들 이반과 지내며 떠돌이 개와 고양이들을 키우며 조용히 여생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남성다운 행동을 계속 하고 있었고, 아들 이반을 사랑했지만 그녀를 '어머니'로 부르지는 못하게 할 정도였죠. 

노년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


이처럼 그녀가 왜 스스로를 남성성을 가진 존재로 현현해야 했을까요? 이는 우선적으로 그녀의 부모가 그녀가 아들이기를 바랬던 것에 대한 일종의 심리기제에서 연원된다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었습니다.

즉, 두로바가 부딪친 문제는 후일 조르주 상드 등이 부딪친 문제. 즉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성으로서 남성에게 약하게 보이지 않고 차별받지 않기 위해서 남성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차이'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의도와 무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래는 바로 두로바 역시 그러한 의식에서 남성성을 드러낸 것임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회고입니다.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약해지는 상태를 매우 두려워한다. 나는 나중에 과중한 업무수행 때문이 아니라, 나의 성별이 가진 허약함 때문에 약해진 것이라고 간주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그녀 스스로가 남성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적실하게 보여주고 있죠.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녀 스스로도 자신이 여성성을 가진 존재임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그것을 즐기거나 현실에서 여성성이 더 유용할 수 있음을 깨닫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어느날 날뛰는 말을 제어하기 위해서 말에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는 스스로가 '여자답지 못하다.'라고 후회하기도 했으며, 다른 여성들의 옷차림새와 아름다움을 비교하면서 이를 일기에 적기도 하였죠.
심지어는 군대의 경험에서조차 남성 동료들처럼 강압적인 방식으로 마초(馬草)를 구하던 것이 잘 안되자, 여성스럽게 부드럽고 부탁하는 방식으로 주민의 협조를 얻어내어 마초를 더 많이 모을 수 있었던 것을 기록하면서 자신이 가진 여성성이 때로는 더 나을 수 있음을 자각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남성성'과 '여성성'의 문제에서 고민하고 있었음에도, 주목할만한 것은 그녀가 스스로 여성임을 잊지는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녀의 수기를 '아마존의 수기'라고 할 정도로 스스로를 '여전사'로서 인식하고 있었고, 다음과 같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시대에 자신의 일을 발견하지 못하고, 무료해하는 여성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부적절한 인물이다! 행동하며 노동하고 여성들 주위에서 발생하는 대사건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공감하며 기여할 수 있는 여성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필요하다." 

..라고 인식하고 있던 것이었죠. 그녀의 이러한 외침은 곧 그녀 뿐만이 아니라 곧 이후 시대의 다른 여성들의 목소리로 나타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러시아 사회에서 그녀는 '괴짜'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1866년 83세의 나이로 사망하면서 그녀는 알렉산드로프의 이름으로 매장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지만, 성직자들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를 기억하는 몇몇 사람들은 그녀를 최소한 군인의 예로서 안장하기를 요구했고, 이에 그녀가 바라던 이름대로는 아니었지만 군장의 예로서 매장되었습니다.      


* 덧 1 : 迪倫님과 Aydin님의 지적 덕분에, 인명 병기에서의 치명적인 오류를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두분의 지적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5. 結

사실, 러시아에는 비단 그녀만 여성장교로 복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례로 호라포비츠키 장군의 아내인 호라포비츠카야의 존재도 주목할 만하죠. 하지만 저 자신이 나데즈나 두로바를 주목했던 것은. 그녀의 삶이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무엇인가'를 관통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우선 그녀가 가지고 있는 고민. 특히 여성성과 남성성의 문제에 대한 고민은 사실 그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다 정확히는 근대 여성주의에서 논의되는 주요한 논쟁, 즉 "여성들은 성차를 거부하고 자신들이 남성과 동일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동등한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가?"와, "여성들은 동등하지만 다르며 여성적인 특질들은 남성적인 특질들만큼이나 가치있고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해야 하는가?"라는 갈등과 고민의 문제4)를 미리 예시하는 것이기도 하죠.

또한 그녀는 스스로가 어떤 억압을 당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고, 결코 기존의 질서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찾아나가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근대적 개인'의 삶이 만약 여러 제약을 벗어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추구하는 개인을 의미한다면 두로바의 삶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즉 한줄로 감히 요약하자면, 그녀는 전근대적 환경이라는 간극에서 만들어졌지만, 누구보다도 근대적인 여성의 시초가 된 인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으며. 그녀의 고민과 의식은 근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공유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때문에 다소 지나친 조명 혹은 강조에서 글이 쓰여졌다고 해도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타당한 지적이나 문제점에 대한 말씀은 환영합니다. ^^  


* 주석
1) 존 린, 이내주 외 역, 『배틀, 전쟁의 문화사』, 청아람미디어, 2006.

2) 윌리엄 맥닐, 신미원 역, 『전쟁의 세계사』, 이산, 2005, 253쪽.

3) 조르주 뒤비 외, 조형준 역, 『여성의 역사』 3 -上권, 새물결, 1999. 239쪽.  

4) 제인 프리드먼, 이박혜경 역,『페미니즘』, 이후, 1998, 32쪽.

* 주요 참고자료
존 린, 이내주 외 역, 『배틀, 전쟁의 문화사』, 청아람미디어, 2006.
윌리엄 맥닐, 신미원 역, 『전쟁의 세계사』, 이산, 2005
조르주 뒤비 외, 조형준 역, 『여성의 역사』 3 -上권, 새물결. 1999.
이시연, 「나폴레옹전쟁 시대 러시아의 ‘여성’ 기병장교 두로바」, 『역사학보』204, 2009.
제인 프리드먼, 이박혜경 역,『페미니즘』, 이후, 1998
http://cafe.naver.com/booheong/35499
http://ru.wikipedia.org/wiki/%D0%94%D1%83%D1%80%D0%BE%D0%B2%D0%B0,_%D0%9D%D0%B0%D0%B4%D0%B5%D0%B6%D0%B4%D0%B0_%D0%90%D0%BD%D0%B4%D1%80%D0%B5%D0%B5%D0%B2%D0%BD%D0%B0
http://www.krugosvet.ru/enc/istoriya/DUROVA_NADEZHDA_ANDREEVNA.html



덧글

  • 유유자적 2011/06/26 13:50 # 답글

    비록 외부의 영향이 있긴했지만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 멋진 여성이군요...

    ps: 스페인 모 여성을 기대한 내가 멍청이지....
  • 들꽃향기 2011/06/26 13:53 #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저런 생각과 표현, 행동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죠. ㄷㄷ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덧 : 스페인 쪽은 다른 분들이 잘 해주실 것으로 믿고, 저도 잘 모르므로...(켈룩)
  • 크핫군 2011/06/26 15:41 #

    사라고사의 성녀?
  • 들꽃향기 2011/06/26 21:02 #

    크핫군님//

    호세 팔라폭스 백작의 주도 하에 이뤄진 자라고사 공방전에서 약혼자가 총탄을 맞고 죽자, 쓰러진 약혼자를 대신해 대포에 불을 붙였다는 모 여인의 사례를 말씀하시는 것 같군요. 그리고 고야 역시 이를 적절하게 그려냈었고....ㄷㄷ

    근데 이붕 말고도 자라고사 공방전에서는 모 부인이 또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조직하여 프랑스군에 맞선 사례도 있었습니다. 『히스패닉 세계』 아라곤 파트에서 그 여성의 이름을 본것 같은데. 도통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OYL
  • hyjoon 2011/06/26 13:57 # 답글

    그러고보니 남편을 따라서 트라팔가르 해전에 참전했던 프랑스 여인도 있었죠.......(...)...배 밑바닥에 있다가 구조되었는데, 나중에 존중받으면서 돌아갔다고.......
  • 들꽃향기 2011/06/26 14:00 #

    영국해군에서도 아부키르만 해전에서 남편따라와서 출산까지 하신 여성분도 계시죠. ㄷㄷ 확실히 당시까지만 해도 아직 병영과 일상, 그리고 전투원-비전투원의 구분은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ㄷㄷ
  • Jes 2011/06/26 13:59 # 답글

    ...어? 궁예?

    p.s. 러시아 어도 할 줄 아시나요 ㄷㄷㄷ
  • 들꽃향기 2011/06/26 14:01 #

    아. 왠지 궁예 비슷하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 있을것 같았습니다.....ㅋㅋㅋ

    덧 : 구글 번역기님을 일단 믿어봤습니다. 어차피 주요 참고 텍스트는 이시연 선생님 논문이라 ㄷㄷ
  • 리리안 2011/06/26 14:03 # 답글

    멋진 신여성이었군요. 너무 일찍 태어난 감이 없진 않지만요..
  • 들꽃향기 2011/06/26 14:04 #

    오히려 전근대 군대이기에 가능했던 상황에서 생겨난 근대적 여성이랄까요 ㅎㅎ 이 이야기가 러시아에서는 '경기병의 발라드'라는 이름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다고 하는 얘길 들은 것 같습니다.
  • shaind 2011/06/26 14:18 # 답글

    레알버전 오스칼은 프랑스가 아니라 러시아에 있었군요
  • 들꽃향기 2011/06/26 14:18 #

    으앜ㅋㅋㅋ 레알버전 오스칼.....적절한 말씀이십니다. ㄷㄷ 근데 그 오스칼은 무려 자식도 있고. (먼산)
  • 궁상각치우 2011/06/26 14:29 # 답글

    동양에는 목란이 있죠! 디즈니 <뮬란>에서는 남자장교와 사랑에 빠지지만 원작인 <목란서사>에서는 고향에 돌아올때까지 아무도 여자임을 몰랐다던(크흑)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 들꽃향기 2011/06/26 14:32 #

    그러게나 말입니다. ㄷㄷ 다만 목란시는 병호제(兵戶制) 운영 하에서 폐단이 누적된 당시 제도 때문에, 아버지를 대신해 끌려 간 사례니 더욱 안습이고...ㅠ

    (사실 뮬란도 일전에 쓴 글이 있습니다만, 저보다는 박한제 선생님께서 더 훌륭하게 쓰신게 있더군요 ㅠ)

    잘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
  • 지나갇 2011/06/26 17:51 # 삭제

  • 원더바 2011/06/26 18:44 #

    일전 목란을 다룬 중국 드라마를 봤는데, 군에서 같이 복무한 젊은 상관이랑 결혼하는 스토리였던게 기억나는군요. 물롬 결혼후에도 같이 전쟁터에 나가던듯...
  • 들꽃향기 2011/06/26 20:46 #

    지나갇님//

    네. 맞습니다. 근데 당시에 쓸 당시에는 2차사료에 너무 의존했었고, 무엇보다도 엄밀성이 떨어졌었습니다. 그런 주제에 나름 이런 시각으로 본 건 의의있지 않나 의기양양해 있었죠. (웃음)

    그런데 박한제 선생님께서 『영웅시대의 빛과 그늘』에서, 제가 보려던 시각. 즉 병호제와 사회지도층의 의무이탈이라는 시각을 주목하시면서도, 더 정밀한 논의로 쓰신 글이 '이미' 있음을 깨닫게 되어.....그만큼 선학께서 먼저 앞서가고 계심을. 그리고 제 필력의 부족함을 느끼게 된 글이기도 합니다. ㄷㄷ


    윈더바님//

    역시나 계속해서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직장상사와 맺어지는 편이 더 편하다는 것을 드라마 작가가 깨달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퍼억)
  • Montcalm 2011/06/26 14:29 # 답글

    역시 알렉산드르 1세는 로망이 있는 분이셨군요 (...) 저걸 보니 만화영화 뮬란이었나가 생각 나는군요 ;ㅅ; 여장군인! .
  • 들꽃향기 2011/06/26 14:34 #

    의외로 알렉산드르 1세는 여성에게 친절한(?) 젠틀맨이십니다. (...) 어느 신앙심 깊은 부인분과 친해져서 기독교권 수호를 위한 '신성동맹'의 아이디어를 떠올리셨다는 통큰(?) 분이시기도 하고 말이죠 ㄷㄷ

    말씀대로 많은 분들께서 뮬란을 생각하시는 듯 하네요. ㅎㅎ 읽어주시고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 Montcalm 2011/06/26 14:39 #

    그러고보니 나폴레옹은 적그리스도 .. 그것을 타도하는게 기독교의 의무였겠군요 (어딘가 이상하다) 신성동맹이라 ..;
  • 들꽃향기 2011/06/26 14:40 #

    위너의 세계를 위협하는 루저킹(....)이었으니 충분히 적그리스도가 맞습니다. (응?) 근데 저도 루저라 나폴레옹의 편에 섰을 듯 합니다. OYL
  • 행인1 2011/06/26 14:33 # 답글

    위인답게(?) 역시나 출생과 어린시절에 남다른 일화가 있었군요. 그나저나 러시아군에 '폴란드'기병연대라니 뭔가 기묘한 느낌입니다.(나폴레옹의 프랑스군에 다수의 폴란드인들이 참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 들꽃향기 2011/06/26 14:36 #

    무려 수백년전의 먼 동방의 이야기와 유사한 영웅설화의 위엄이 느껴지시지 않습니까? (도주)

    사실 포니아토프스키 공 휘하의 프랑스의 폴란드군이 유명하지만, 러시아나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역시도 많은 수의 폴란드 기병을 운영했다고 하더군요. ㄷㄷ
  • Mr 스노우 2011/06/26 14:52 # 답글

    정말 잘 보았습니다. 정말 대단한 여성영웅이라고밖에는...ㅎㅎㅎ

    존 린이 <배틀, 전쟁의 문화사> 말고도 이런 주제로 책을 한권 썼던것 같은데, 원서 값이 무지막지해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 들꽃향기 2011/06/26 14:54 #

    사실 전우 구출 외에는, 일기토를 벌여 적장의 목을 취했다던지(....)와 같은 엄청난 전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ㄷㄷㄷ 굵직굵직한 전투에 참여하고 살아남은 것 만으로도 대단하죠. ㄷㄷ

    그나저나 존 린이 전쟁사 관련 책을 하나 더 썼군요. ㄷㄷ 하지만 번역이 되어 나올때까지 저는 눈뜬 장님이나 다름 없어 눈물만 흘릴 따름입니다. ㅠ
  • 진성당거사 2011/06/26 15:02 # 답글

    저는 몇 해 전에 언급하신 영화 '후사르의 발라드'를 본 적이 있었지요. 오페레타 식으로 좀 코미컬하게 극화된 내용이었지만, 여하간 꽤 인상적이었지요. 이 영화는 유투브에서 전량 감상 가능한데, 링크 첨부합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hqjgS0hdrEc&feature=watch-now-button&wide=1

    그러나저러나 이 사람의 자서전은 푸쉬킨에 의해 발굴되어 출판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푸쉬킨이 과연 무슨 생각으로 출판을 추진했을지는.....;

    늘 그렇지만 좋고 알찬 글 잘 읽었습니다.

  • 들꽃향기 2011/06/26 15:08 #

    1. 말씀하신대로 두로바 본인이 푸쉬킨에게 전달해주어 출판을 했고, 푸쉬킨 스스로도 일종의 요약본처럼 별도의 글을 쓴 게 있습니다. ㅎㅎ

    근데 말씀대로 푸쉬킨이 무슨 생각으로 했을지는 아리송하죠. 정말로 두로바를 이해해서 그런 것이냐....아니면 그냥 호사가의 심정이냐....아니면 좀 더 막장스럽게 보자면 여자관계 복잡했던 푸쉬킨이 흑심(?)을 품은 것이냐....(각혈)

    2. 아닙니다. 오히려 잘 보아주셨다니 망극할 따름이고, 저야말로 영화 풀링크를 이렇게 찾아서 올려주시니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되리라고 감히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저도 잘 감상하겠습니다. ^^
  • 산왕 2011/06/26 15:11 # 답글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간만에 나폴레옹 보드게임 꺼내보고 싶어지네요. 이젠 같이 할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일 뿐 orz...
  • 들꽃향기 2011/06/26 15:13 #

    흥미롭게 읽어주셨다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그나저나 나폴레옹 전쟁도 보드게임이 있군요. ㄷㄷ 설마 A&A 시리즈처럼 배치에만 20분이 걸리는, 그런 크고 아름다운 보드게임인지요....ㄷㄷ
  • Real 2011/06/26 15:15 # 답글

    그 만화가 역사성의 실존 사례가 있었군요. 저도 단지 여성장교 적용은 픽션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 들꽃향기 2011/06/26 15:17 #

    아. 혹시 베르사유의 장미 말씀하시는건가요. ㄷㄷ 저도 그 만화를 처음 볼때는 픽션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OYL
  • deokbusin 2011/06/26 15:38 # 답글

    남성우월로 꽉 찼을 중세사회에서도 작위를 가진 여성귀족들의 존재나 교황을 위해서 갑옷을 입고 전쟁에 참가한 토스카나 여백작 마틸다나 잔 다르크의 사례를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읽은 순간의 충격은 말로 다 표현을 못하겠군요.

    아니, 19세기 초에 여성장교, 그것도 그 거친 기병대애에~~~~! 세상에 라이트노벨이나 만화에서나 통용될 이야기가 현실에 존재했다니 못 믿겠습니다!!!^^
  • sdfr 2011/06/26 15:55 # 삭제

    르네상스 이전이 오히려 여권이 높은 경향도 있습니다. 모든 부분에 있어서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사회진화와 여권의 변동이 같은 방향으로 변해온게 아니라서.
  • sdfr 2011/06/26 15:55 # 삭제

    조선시대 성리학이 뿌리내리기 이전과 이후를 생각하면 될듯 싶기도.
  • 들꽃향기 2011/06/26 20:50 #

    deokbusin 님//

    아. 생각해보니 그리고리우스 교황의 벗이자 여중지걸 마틸다 백작이 있었군요. ㄷㄷ

    말씀대로 19세기 초에 기병대에, 그리고 황제 알현 이후에는 그녀가 여자라는 소문이 비교적 넓게 부대 내에 퍼지고 있던 상황임에도 계속해서 군복무를 해나간 것은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ㄷㄷ

    역시 소설이나 만화는 현실을 못따라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OYL
  • 들꽃향기 2011/06/26 20:52 #

    sdfr 님//

    말씀하신대로 '모든 부분에 있어서는 아니지만.' 그만큼 근대 이전의 여성권리 인권 문제가 여러 층위가 존재하고, 다양한 양상이 있던 것도 사실이리라 봅니다.

    다만 이제 그 다양한 층위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는가의 문제, 전반적인 전근대 가부장제 속에서의 위치는 어떠한 것이었나 하는 문제가 함께 탐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말씀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 뷁하 2011/06/26 15:50 # 답글

    어차피 만화라서 그다지 엄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말이죠. 애초에 등장인물들은 말도 하고 이족보행하는 동물들이고. 용 타고 싸우고 있고... 저는 간간이 소개된 것만 본 정도일 뿐입니다만.

    그러나 만화와는 별도로 이런 글을 통해 당시 여성장교의 일생을 알 수 있었던 것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무엇보다 그것이 역사 속 흐름에서 빚어낸 개인의 고뇌를 담고, 또 그 개인의 고뇌가 다시 특정한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와 집단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것은 비록 시공간적으로 너무나 떨어져있는 타인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과거와 현실을 서로 끼어맞추려는 일부 세태에 염증이 나있던 차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 들꽃향기 2011/06/26 20:59 #

    말씀대로 용도 나오고, 수인에 용이 말도 하는(!) 준 판타지이니 엄한 설정이라는 말도 너무 지나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그리고 "역사 속 흐름에서 빚어낸 개인의 고뇌를 담고, 또 그 개인의 고뇌가 다시 특정한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와 집단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라는 말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실 진정 얘기하고 싶었던 바를 이렇게 한줄로 간단하게 말씀해주시는군요. ^^

    다만 저 역시 언급하신 세태(?)에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신에 그만큼 당시 시대의 사실에 가깝게, 그리고 현 시대에서의 문제의식을 최대한 다가가려고 노려하고 싶네요. ㅎㅎ

    잘 읽어주시고, 간명하게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2011/06/26 16:0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들꽃향기 2011/06/26 21:08 #

    "역으로 여자들에게 A man worth ~ing for는 어떤 것일까요?"라는 말씀에 격뿜했습니다....ㅋㅋㅋ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역지사지....ㄷㄷ 말씀대로 그런 점을 생각하면 옛날에 만들어진 것치곤 훌륭한 편입니다. ㅎㅎ
  • 동굴아저씨 2011/06/26 16:53 # 답글

    꽤...심하게 강하게 컸군요;
  • 들꽃향기 2011/06/26 21:08 #

    어휴 유년시절만 보면 안습 오브 안습이죠. 제가 번역기가 엉망이라 제대로 참고하지 못했는데, 해당 러시아어 사이트의 정보를 보면 태어자나자마 외모 때문에 어머니의 미움을 받은 측면도 있는 것 같고 ㄷㄷ
  • 차원이동자 2011/06/26 16:54 # 답글

    우와...잘봤습니다.한명의 여자아이가 가정환경의 축복(?)과 노력으로 인해 자신이 하고 싶어하던 것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었다는것이 멋지군요.
  • 들꽃향기 2011/06/26 21:12 #

    잘봐주셨다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다만 저런 케이스도 참 당시 여성들 전체에서 본다면 이례적인 케이스이겠죠. 사실 그래서 다루고 싶기도 했습니다만 ㅎㅎ;;
  • 措大 2011/06/26 17:09 # 답글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이 글은 블로그에만 머물긴 아깝군요. 정말 책 써주세요! ㅎㅎ
  • 들꽃향기 2011/06/26 21:15 #

    저 역시 이시연 선생님의 논문에 위키 정보를 좀 더 추가해서, 그리고 나름의 주관적 시각으로 편집하여 소개라도 해보고자 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ㅎㅎ; 다만 좋게 보아주시고 이처럼 상찬의 말씀을 남겨주시니 진심으로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
  • 나디르Khan★ 2011/06/26 18:26 # 답글

    감동받았다....
  • 들꽃향기 2011/06/26 21:14 #

    잘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 어릿광대 2011/06/26 18:36 # 답글

    감동이네요... 왠지 모르게 한계를 뛰어넘은 여성이라고 생각드는건 착각일지요?ㅎㅎ;;
  • 들꽃향기 2011/06/26 21:16 #

    저 역시 한계를 뛰어넘은 여성이 맞으리라고 봅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시대와 그 한계를 뛰어넘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것 자체는 비역사적인 요구이기도 합니다만, 때로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이렇게 뛰어넘은 사람들의 사례에도 경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ㅎㅎ

    잘 보아주시고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 누군가의친구 2011/06/26 19:37 # 답글

    아, 저런때에 저런 여성이 있을줄이야. 잘 읽었습니다.
  • 들꽃향기 2011/06/26 21:20 #

    여성의 역사에서 간명하게 서술해서 그렇지 서유럽 사례에도 저런 사례가 있었다고 서술하는 것을 보면 더 앞선 시기에 더 다른 사례도 꽤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ㅎㅎ

    잘 읽어주셨다니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
  • Grelot 2011/06/26 20:17 # 답글

    가정 환경에서 첫번째로 놀라고..;; 그 당시에 여 장교를 인정한 로스케에 놀람다..;;
    (에잉.. 야반도주해서 낳았으면 잘 길러야지...에잉...)
  • 들꽃향기 2011/06/26 21:21 #

    가정환경을 보면 인생극장이 따로 없는...(어흑) 근데 의외로 두로바 외에 언급한 호라포비츠카야 이외에도 러시아에는 꽤 이색적인 여성들이 있습니다. 일례로 예카쩨리나 여제 시절에 러시아 학술원 원장을 맡았던 다쉬코바의 사례도 있고 말이죠. ㄷㄷ

    물론 이런 사례만으로 보기에는 러시아의 법적 체계, 문화적 인식은 다른 유럽국가들 못지 않게 가부장적이고 차별적이긴 했습니다만. OYL
  • 迪倫 2011/06/26 22:12 # 답글

    일요일 아침 컴을 켰다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최근에 상당히 흥미있는 전근대 여성의 삶에 대한 책을 구해 읽고 있던 중이라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실은 "나의 성별이 가진 허약함 때문에 약해진 것이라고 간주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라는 고백은 21세기 뉴욕에서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게 인류란 역시 변함없이 바보짓을 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사족입니다. "나데즈나 두로바(Андреевна Дурова )"로 표기하신 이름은 러시아어 표기는 실은 나데즈나가 아니라 안드례브나 두로바입니다. 러시아어 위키에 있는 Надежда가 나데즈나 입니다.
    **관심이 있으시지 싶어 덧붙입니다. 최근 제가 읽고 있는 책은 "Bitter Bonds: Colonial divorce drama of the Seventeenth century" by Leonard Blusse인데 코르넬리아 판 네인로더(Cornelia van Nijenroode)라는 독립적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Cornelia_van_Nijenroode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제가 언제 기회 내서 얘기를 한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만 요즘 무지하게 바빠서 기약을 하기 어렵네요...


    장마인가요? 아무쪼록 마음은 건조하고 쾌적한 한 주되식 바랍니다!
  • Aydin 2011/06/26 22:37 #

    첨언하자면.. Андреевна Дурова는 도중에 'e'가 두 개 겹치니 '안드레예브나 두로바'로 읽습니다. 'Алексеев'를 '알렉세예프'로 읽는 것처럼요.
  • 들꽃향기 2011/06/26 22:41 #

    迪倫님//

    1. 말씀하신대로, 그 '고백'이 21세기 뉴욕은 물론 한국에서도, 그리고 여성주의 논의에서 주요한 문제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참 뼈저리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자신이 남성의 신분에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에도 작은 행복(?)을 느끼기도 합니다. 몇년 전만 해도 이런 글을 특정 커뮤니티를 벗어나, 외부에서 공공연히 쓸만한 엄두는 도무지 내질 못했거든요. ㄷㄷ


    2. 그나저나 제가 러시아어를 못하는 것이 여기서 다 뽀록이 나는군요 OYL 지적해주신 말씀이 아니었다면 큰 실수를 할 뻔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ㅠ 곧 수정하겠습니다.


    3. 소개해주신 코르넬리아 판 네인로더의 이야기는 흥미롭네요. 특히 단순히 독립적 여성의 문제를 넘어서 바타비아를 바탕으로 한 네덜란드의 동양교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 같고 말이죠.

    하지만 역시 '플라잉 더치'들의 이야기는 저보다는 迪倫님의 필력에서 서술되는 것이, 더 '손맛'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도 감히 해봅니다. ㅎㅎ
    (다만 바쁘신데도 이걸 다뤄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ㅠ)


    장마이긴 하지만 이젠 비가 좀 약해져서 적당히 선선한 밤인것 같습니다. 뉴욕의 날씨도 쾌적하기를 바라며, 迪倫님 께서도 쾌적한 한 주 되시기를 빕니다! 언제나 감사드리는 마음이 한가득입니다! ^^
  • 들꽃향기 2011/06/26 22:41 #

    Aydin 님//

    아 그렇군요. 수정 시에 반영해야겠습니다.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
  • 2011/06/26 22:4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들꽃향기 2011/06/26 22:50 #

    아. 관련이 없다니요. 오히려 그런 사례를 조망해주시고 말씀과 트랙백을 남겨주시려 한다면 오히려 저야 대 환영입니다. ^^

    그나저나 네타(!)가 될 수 있어, 긴 말을 차마 더 쓰지 못하겠습니다만, 그런 사례가 있다면 매우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특히 대상이 되는 인물이 속한 문화권에서 그런 인물이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통념(?) 혹은 선입견이 너무 사회에 뿌리박혀 있어서리, 오히려 저의 글보다 적실하고 유익한 말씀이 될 것 같습니다!

    감히 기대해도 되련지요? ㅎㅎ
  • 00 2011/06/26 23:57 # 삭제 답글

    씨발 이건 페미해방을 위해 마초를 초월한 마초가 되기를 소원한 꼴페미
  • 들꽃향기 2011/06/27 00:16 #

    어휴 캄샤합니다. 'ㅅ'
  • evan 2011/06/27 01:10 # 답글

    잘 읽었습니다. 특히 아들과의 관계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걸 언젠가 소재로...)
    역사는 역시 멋져요!
  • 들꽃향기 2011/06/27 01:16 #

    사실 분량이 길어질까봐 다루지 못했지만, 나중에 아들이 결혼할 나이가 되어서 두로바에게 축복을 부탁하자 그걸 개무시해버리고(...) 아들이 공식문서에나 쓸 듯한 어투로 부탁한 후에야 축복을 해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ㄷㄷ

    재미있게 보아주셨다니 다행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Peuple 2011/06/27 01:33 # 답글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들꽃향기 2011/06/27 01:34 #

    잘 읽어주셨다니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
  • 월광토끼 2011/06/27 09:39 # 답글

    이야, 정말 멋지군요. 전장에서 기병도를 들고 돌격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괜히 감동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들꽃향기 2011/06/27 18:04 #

    월광토끼님께서 재미있게 보아주셨다니 기쁨이 두배입니다! ^^ 저 역시 어깨에 걸친 코트를 휘날리며 말을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더군요. ㅎㅎ
  • 델카이저 2011/06/28 11:06 # 답글

    1. 저 시대 전장에서 싸우고 살아남은 것만 해도 엄청난 위용이죠.. 행운과 실력을 겸비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뭐 전쟁 시대 자체가 더 이상 굵직한 무공을 세우는 시절은 지났죠..


    2. 진정한 유럽사의 여중 호걸 지존은 여백작 마틸다도 있겠지만 그 유명한 로베르토 기스칼의 후처인 시켈가이타라고 봅니다. 두라초 전투에서 그 무서운 앵글로-섹슨인으로 구성된 비잔틴의 정예중의 정예 바랑기안 친위대가 워 크라이 지르면서 달려오고 우리 편 다 도망가는 상황에서(심지어 로베르토 기스칼 조차도 흔들리는 와중에..) 투창을 던지면서 역습을 가해 이걸 되밀어냈죠;;;;(뭐 바랑기안의 돌격이 좀 무모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거기서 쫄지 않고 덤볐다는게..ㅡ.ㅡ;;)

    나중에 전처의 아들 보에몽이 안습크리로 십자군에 가담하는 거 보면.. 이 여자의 무서움은;;;; 보에몽도 당대에 한 무예 하는 남자였는데 찍소리 못하고 밀려난 거 보면 장난 아니었던 듯 합니다.



    3. 스페인 콘키스타도르들 중에는 여자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애네들도 검술 실력이 일류라 썰면 동강동강 나고 그랬다고..ㅡ.ㅡ;;;



    4. 30년 전쟁 당시에 여자들이 따라 붙은 것은 군대 주변에 군대의 약탈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데다가 당대 군대가 여자들을 잡고 다니면서 잡일에, 성욕해서 등등을 하고 다녔기 때문이기도 했죠.. 뭐 도망가 봐야 다른 군대에게 잡히거나 아님 죽거나 할 뿐이니.. 사실 군대의 전문화 자체는 중세 이후 꾸준하게 진행된 문제지만 30년 전쟁 당시 비전투원을 붙이고 다니는 관례가 절정에 달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 들꽃향기 2011/06/28 13:59 #

    1. 그러게나 말입니다. 하긴 이미 스파르타의 왕조차도 헤라클레스의 용맹이 전쟁을 좌우하던 시대가 끝났다고 얘기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2. 3. 시겔가이타 여사도 그렇고 스페인 콘키스타도르들 역시 중세적 전통(즉 가부장적 질서는 엄연하지만 그 자체의 세부논리가 엄밀하지 않던) 속에서 가능했던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ㄷㄷ


    4. 말씀하신 부분도 있지만,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에서도 이미 이런 여자들의 존재가 확인되고, 나중에는 19세기 투르크군의 바시바조우크의 사례처럼, 서구 전근대 군대의(그리고 근대화된 군대와 구분되는) 공통적인 특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ㅋ
  • 네비아찌 2011/06/28 16:55 # 답글

    여자분들의 모성애가 전투의지로 발현되면 남자가 감히 당할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유럽 모 특수부대는 테러리스트를 진압할 때 "여자를 먼저 쏴라" 라고 가르친다죠.
  • 들꽃향기 2011/06/28 18:57 #

    허. 또 그런 내부방침이 있습니까;; 말씀하신 일종의 실리적 이유(?)때문이라고 해도 가르치는 것 자체는 꽤 무섭군요.....ㄷㄷ;;
  • M-5 2011/06/29 10:06 # 답글

    아일라우 전투에 보로디노 전투까지 참전하고도 멀쩡히 살아남아 천수를 누렸다니, 당대의 왠만한 남자 군인들보다 더 대단한 여장부였군요 ㄷㄷㄷ 왠지 MGS3의 더 보스가 생각납니다.
  • 들꽃향기 2011/06/29 21:22 #

    헛. MGS3......적절한 표현입니다. ㄷㄷ 말씀대로 두 끔찍스런 전투에서 살아남은 것도 참 천운이긴 하죠 ㄷㄷ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알파캣 2011/06/29 12:16 # 삭제 답글

    제가 만화 소재에 넣으려 한 부분도 있어서 살짝 놀랐네요 (웃음)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

  • 들꽃향기 2011/06/29 21:23 #

    앗. 설마 플린트락 머스킷을 그리시는 알파캣님이십니까! 이렇게 누추한 곳을 찾아주시고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그나저나 만화 소재에 넣으시려 한 부분이 있으시다니, 그만큼 다음 전개를 더욱 기대하게 됩니다! +_+ 건필(?)하세요!
  • 지나가다 2015/03/17 11:18 # 삭제 답글

    잘 봤습니다. 상당히 뒷복이지만, 주인공 이름은 '나데즈나'가 아니라 '나데즈다'라고 읽는게 맞을 듯 합니다.
    영어로도 NADEZHDA 네요. Надежда - 'д'는 '/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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